0. 시작하며
다들 안녕하시죠?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취준 당시에는 취업하면 꼭 회고록을 써야지라는 다짐을 하곤 했는데,
막상 취업을 하고보니 내가 걸어온 길이 그리 대단한 길은 아니더라구요.
그때 그런 마음을 가질만큼 열심히 했구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잠시 소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회고는 개발자로 취직하기까지 지난 3년의 시간을 복기하고,
개발자에 도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1. 개발자가 되기까지
a) 어쩌다 3년
19년 10월에 국비교육에서 처음 개발을 시작해서 22년 10월에 취직했습니다.
따져보니 개발자가 되기까지 3년 걸렸더라구요.
제가 생각하는 신입 개발자로서 기준이 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신입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하기보다, 앞으로 개발자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반을 만드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네요.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개발자가 되기위해 갖춰야할 태도를 말이죠.
과하다면 과하고, 부족하다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3년을 계획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묵묵히 걸어가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지 않았냐고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곤 합니다.
얼마나 걸려야 적당한 것일까요?
그건 본인이 끝까지 가보기 전까지는 모르는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으니까요.
b) 내가 꾸준할 수 있었던 이유(1) - 멋있으니까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학교와 같이 어떤 시스템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환경에서 무언가 스스로 성취해내는 것이요.
그래서 저 또한 신기합니다.
꾸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발자가 된 모습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로 섹시한 나의 모습이였기 때문입니다.
이건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러니까 개발자가 된 지금의 저는 섹시합니다.(진지함)
이 생각이 제가 꾸준할 수 있던 원동력이에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나의 최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시간이였으니까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코드를 짜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참 단순하죠?
c) 내가 꾸준할 수 있었던 이유(2) - 배수진을 치다.
이거 아니면 인생에 답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거 모두 다 알잖아요?
당연히 프로그래밍 아니더라도 다른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죠.
막상 개발자가 되더라도 몇년 후에는 다른 일을 하면서 살 수도 있는 거에요.
근데 이거 못하면 평생 패배자로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내가 상상하는 나의 가장 멋진모습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것조차 이루지 못하는 패배자라고 말이죠.
그렇기에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포기해도 괜찮을 만큼 해보고 싶었어요.
d)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었다.
과거에 작성한 포스팅 중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어요.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개발에 특별한 재능이 없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개발자로서 장점도 없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럼 오늘부터 장점 하나 만들어보자.
그렇게 만든 개발자로서 장점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 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뱉은 이 말은 죽어도 지켜야했어요. 안그러면 나한테 너무 쪽팔리잖아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어도, 때려치고 싶어도 그냥 했습니다. 그냥.
이때부터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훈련을 시작한 것 같아요.
이건 지금도 하고 있는데, 아무리 연습해도 편해지지 않는 훈련이에요.
무언가 하기 싫을 때마다 가슴 속에 품은 한마디를 되새기곤 했습니다.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는다."
2. 그래서 뭘 했을까?
제가 어떤 경험과 시도를 했는지는 아래 링크된 포스팅을 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어요.
https://devraphy.tistory.com/56
근데 무엇을 했냐보다 그걸 왜 했냐가 더 중요하죠?!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a) 개발자는 뭘 하는 사람일까?
개발자는 아이디어를 코드로 구현해내는 직업입니다.
생각(logical)을 가시화(physical) 하는 아주 멋있는 직업이죠.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라는 부분입니다.
어떻게 생각을 가시화할 것이냐는 것이죠.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 개발자의 가장 근본적인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b) "어떻게?" 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야해요.
그리고 "어떻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이라고 부릅니다.
요약하자면,
아이디어를 프로그래밍이라는 도구를 통해 가시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데이터 구조 및 설계 능력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개발자의 문제해결능력입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딱 감이 오죠?
1. 프로그래밍 할 줄 알아야겠네요 → Java & Spring, Python & Django 등
2. 데이터에 대해 알아야겠네요. → 자료구조 & 알고리즘
3. 데이터 구조 및 설계에 대해 알아야겠네요. → DB & SQL
4. 이 모든 것은 컴퓨터로 하는거니까 기본적인 컴퓨터 지식도 필요하겠네요. → 컴공기초지식(OS, Network 등)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여기까지 공부하고 익혔다면, 이제는 그걸 얼마나 할 줄 아는지 증명해야합니다.
그게 개발자의 실력이니까요! 그쵸?
c) 왜?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내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프로젝트 만들고 포트폴리오로 정리하면 되요.
근데 여기서 회사와 신입 구직자 간에 핀트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신입 개발자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기술적으로 엄청난 것을 보여줘야한다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말 중요한 것이 "왜?"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입니다.
그 대답이 결국 개발자의 문제해결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왜? 그 기술 / 기술스택을 사용했는가
- 왜? A라는 기능에서 해당 로직을 사용했는가
- 왜? 자료구조 A를 사용하지 않고 자료구조 B를 사용했는가
- 왜? A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라는 해결책을 사용했는가
- 왜?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판단을 했는가
프로젝트를 여러개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위의 질문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판단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게 포트폴리오 안에 모두 담겨있어야 해요.
3. 회고를 마치며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하기전에 첫 취업 때 느꼈어요.
취업은 운이 8할이라구요.
이번에 취업하면서도 다시금 깨달았어요. 운이 좋았다고.
100퍼센트 내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뤄낸 것 같지만, 사실은 운이 8할이라고 말이죠.
무슨 말을 하려는거냐면,
조금 힘든 시간을 겪더라도, 생각보다 취업시장에서 반응이 없더라도
그것 때문에 흔들리고 나약해지고 감정적으로 힘들어하지 말았으면해요.
저는 29살에 개발을 시작했고 32살에 신입 개발자로 취직했어요.
3년의 공백 끝에 본격적으로 구직을 했던 2개월 동안 140개의 이력서를 넣었구요.
부끄럽지만 11개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10프로도 안되는 리턴이에요.
근데 포기하지 않았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운이였거든요.
노력과 준비는 당연한 거 잖아요? 그 다음에 필요한건 아다리가 맞는 것.
즉, 운이 필요한거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노력했고 준비했다면,
운이 맞을 때까지 계속해서 주사위를 던져보는거에요.
여러분에게도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2023년, 건투를 빕니다.
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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